《아이 캔 스피크》는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, 그 안에는 오랫동안 숨겨진 눈물과 침묵이 있습니다. 이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한 여성이, 자신의 진실을 세상에 '직접' 말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따라갑니다. 유쾌한 장면 속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, 그리고 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.
줄거리 소개 –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
서울의 한 구청,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을 넣는 할머니가 있습니다. 이름은 ‘나옥분’.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‘민원 할머니’라 부르고, 새로 온 공무원 박민재는 매일 그녀와 티격태격합니다. 그러던 어느 날, 옥분은 느닷없이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.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.
처음엔 그냥 외국어 공부가 취미겠거니 생각했지만, 그 부탁 뒤에는 말하지 못했던 과거가 숨어 있었습니다. 옥분은 과거 일본군 위안소에 강제로 끌려갔던 위안부 피해자였고, 그 기억을 미국 의회에서 직접 영어로 증언하고자 영어를 배우려 했던 것입니다.
영어 단어 하나하나를 천천히 외우고, 버벅거리면서도 멈추지 않던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용기 그 자체였습니다. 그리고 마침내,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말합니다. “나는 증언하러 왔습니다. 살아서 증언하러 왔습니다.” 이 장면은 영화 속 한 장면을 넘어,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장면을 떠오르게 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여운을 남깁니다.
시대적 배경 – 침묵 속에서 꺼낸 한 마디
이 영화는 오늘날의 일상에서 시작되지만, 그 뿌리는 아픈 과거, 일제강점기에 닿아 있습니다. 1940년대, 수많은 조선 소녀들이 '일하러 간다', '돈 벌 기회다'라는 거짓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갔습니다. 그곳에서 그들은 사람 아닌 존재로 취급당하며 매일을 살아내야 했습니다.
해방이 되었어도, 그들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. 말을 하면 외면당했고, 때로는 가족에게도 숨겨야 했던 존재. 그래서 긴 시간 동안, 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말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.
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가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. “그날의 일을 말해야 한다”고, 그 중 한 명이었던 이용수 할머니는 2007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직접 영어로 증언했고, 그 역사적 장면은 영화 《아이 캔 스피크》 속 옥분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습니다. 영화는 단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지 않습니다. 그 아픔이 어떻게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지, 그리고 그것을 꺼내 말하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잔잔하게, 그러나 깊게 보여줍니다.
영화가 주는 메시지 – 말할 수 있다는 것의 힘
《아이 캔 스피크》의 가장 큰 감동은 어쩌면 아주 평범한 문장에서 시작됩니다. “I can speak.” 나는 말할 수 있어요. 이 문장은 단지 영어 수업의 목표 문장이 아닙니다. 그건, 평생을 침묵 속에 살아온 누군가가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됐다는 선언입니다. 말할 수 없었던 시간은 곧 존재조차 지워졌던 시간이었습니다. 그 시간을 넘어선 한 사람의 용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고, 증거이며, 정의입니다.
그리고 이 영화는 ‘말하는 사람’ 뿐 아니라 ‘들어주는 사람’의 태도도 함께 조명합니다. 박민재는 처음엔 그저 ‘불편한 민원인’을 대하던 공무원이었지만, 점점 옥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세상을 너무 단편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.
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합니다. “당신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나요?” “그들이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있나요?” 말은 단지 단어의 나열이 아닙니다. 그건 곧 존엄의 회복이고, 존재의 증명이며, 또 다른 피해를 막는 출발점입니다.
《아이 캔 스피크》는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단지 '비극'으로 다루지 않습니다. 그들의 아픔을 ‘용기’로, 그 침묵을 ‘말함’으로 변화시킨 이야기입니다. 말하지 않으면 세상은 모릅니다. 듣지 않으면 진실은 사라집니다. 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건 단지 ‘역사를 기억하자’는 수준이 아닙니다.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, 함께 증인이 되어달라는 조용한 부탁입니다.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부탁을 기억하고, 행동하는 것입니다.